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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단종로드 영월 청령포

violet520 2020. 3. 27. 08:31

 

1453년 단종 1년, 즉위한지 1년만에 삼촌인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기 위하여 일으킨 계유정난을 시작으로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고 결국 숙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비운의 왕.

 

청령포

너무나 한적한 곳

서쪽은 암벽, 삼면은 강으로 둘러쌓여있는 이 곳에서 단종이 생을 마감한 줄 알았는데 청령포엔 두 달 밖에 있지 않았고, 당시 큰 홍수로 인해 청령포가 침수되어 근처 관풍헌으로 이동해 그 곳에서 객사했다고 전해진다. 단종의 죽음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조일기에는 자살로 나와있으나, 숙종일기에는 사약을 거부해 목졸려 죽었다고 나와있다. 개인적으로 세조는 본인이 죽인 조카이기에 진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을까? 숙종일기에 더 개연성이 느껴진다. 그렇게 역사적 패자에게 관심이 많았던 숙종에 이르러서야 단종은 복권이 된 역사가.. 그 어렸던 단종의 슬픔이 묻어있는 곳.

국가 지정 명승 50호 청령포

 

 

청령포 전경

 

매우 한적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런지 정말 좋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슬픈 감정이 스며들었다. 강 위를 엄청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건너가는 배가 왠지 슬픔을 배로 만들더라. 정말 고요하고 한적하고 또 한적한....

얼핏 보기에는 수위가 얕아보이지만, 배를 타고 건너가면서 들여다보니 굉장히 깊어보였다. 그래서 유배지로 선택되었구나...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야 한다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끊어야 한다.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다. 배를 타고 3분 정도 건너가면 바로 청령포를 거닐 수 있다.

 

다 둘러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단종은 세조로 인해 무덤도 만들지 못했지만, 현재 영월에는 장릉(단종의 묘)이 있다. 이 장릉이 현재에 이어질 수 있었던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박충원이라는 영월부사가 부임하기 전, 3명의 군수가 죽어나갔고 그 이유는 귀신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 귀신은 단종이었고 목 졸려 죽은 단종의 원혼을 보고 모두 놀라 죽었다고... 박충원은 그 귀신이 단종임을 알아차리고 시신을 찾기 위한 단서를 단종의 원혼에게서 듣고 단종이 말한 엄홍도를 찾아 시신을 찾아내어 단종의 묘를 다시 만들게 되었다는게 지금의 장릉이라고 한다. 엄홍도는 단종의 버려진 시신을 세조의 눈을 피해 묘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숙종에 이르러 단종이 복권된 후, 그는 충신이라고 칭송 받았고 자손대대로 높은 벼슬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단종의 보은인가...

아들과 비슷했을 나이에 이 곳에서 얼마나 무너져 내리는 슬픔으로 두 달을 지냈을까? 그 때는 소나무들도 기대어 울 수도 없을만큼 작지 않았을까? 엄청 큰 소나무들의 숲을 보며 아들은 그저 해맑기만 하다. 아직은 함께 공감하고 느낄 나이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 그 시절의 단종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청령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

소나무숲이 정말 장관이다. 모든 소나무들에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600여년 된 관음송과 세월을 함께 했을 것이다.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본 바로는 이 소나무들이 단종 어소를 향해있다고 해서 사실인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그러하여서 정말 놀라웠다.

단종이 머물렀던 단종어소는 재현된 것으로, 기와집 안에 밀랍인형이 전시되어 있어서 유배 당시 단종의 모습이 쉽게 머릿속에 그려져서 더욱 마음이 아프더라.

단종어소에서 나와 잠시 걸으면, 당시 단종의 가슴아픈 시간을 옆에서 보고 들었다 하여 관음송이라 이름붙여진 커다란 소나무가 보인다 . 설명을 읽다가 앞에서만 찍었는데, 측면에서 보면 나무 사이가 갈라져있고 바로 이 자리가 어린 단종의 쉼터였고 이 나무가 유일한 친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단종이 한양을 그리워하며 언덕에 올라 슬퍼했다던 노천대. 이 곳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얼마나 가슴을 쥐어뜯었을까...

도대체 권력이 뭐길래...왕이 뭐길래...당시에 살아보지않은 우리로서는 가족간에도 죽임을 서슴치않고 자행했던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린 단종의 마지막 시간을 위로해준 아름다운 영월, 그리고 매년 4월 단종문화제를 열고 단종과 충신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 영월과 강원도 주민들 덕분에 그들이 하늘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영월을 좋아해서 우리 가족은 네다섯번 방문한 것 같다. 강원도의 여러 곳에 가보았지만, 왜인지 유난히 마음이 가고 자꾸 생각나는 곳이 영월이다. 아마도 외로운 단종이 사람들에게 나를 보러오라 부르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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