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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타민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에서 미사 중에 칼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부터 말해 볼게요. 가운데에 남는 이름은 로렌초 데 메디치예요. 그 아침을 눈으로 받아 적은 미사 일기장은 없어요. 무대는 축제 장터가 아니라 대성당 안이라고, 나중에 다시 그린 그림이 가리키고 있어요. 사람들이 흔히 아는 버전은 더 따뜻합니다. 로렌초가 축제를 열고 예술을 후원하니 피렌체는 칼로부터 안전했다는 거죠. 금빛 잔치, 시 낭송, 후원 목록이 방패처럼 도시를 감쌌다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거든요. 후원이 클수록 칼이 멀어진다고 느끼기 쉽고, 그 느낌이 미사 안의 칼을 뒤로 밀어 버립니다. 잔치가 먼저 보이면 도시가 그날로 지켜진 것처럼 읽히고, 미사에 칼을 두면 후원이 방패였다는 그림은 멀어져요. 방패 그림이 선명할수록 성당의 칼은..
피렌체에서 문이 다시 열렸다는 이야기부터 말해 볼게요. 주인공은 코시모 데 메디치, 일 베키오예요. 시뇨리아 결정으로 그가 돌아오는 길이 열렸다고 적히는 쪽이 중심이고, 날마다 적은 개인 일기장은 없어도, 편지·장부·시뇨리아 쪽 문서는 있어요.사람들이 흔히 아는 버전은 더 화려합니다. 메디치가 피렌체에 들어서자마자 왕이나 공작으로 즉위했다는 거죠. 대관식 종소리, 금빛 망토, 한 가문이 왕조를 선포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거든요. 이름만 커도 처음부터 왕관이 따라붙는다고 느끼기 쉽고, 그 느낌이 시민의 간판을 뒤로 밀어 버립니다. 왕관이 먼저 보이면 도시가 그날로 왕국이 된 것처럼 읽히고, 간판을 남기면 가문이 문을 여는 장면이 남아요.문이 열린 자리, 왕관은 없다그런데 이야기가 가리키는 쪽은 즉위식이 아..
라벤나에 빈 자리가 남았다는 그림부터 말해 볼게요. 주인공은 소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예요. 오도아케르가 들어와 그 자리를 비웠다고 적히는 쪽이 중심이고, 그 아침을 눈으로 적어 둔 일기장은 없어요.사람들이 흔히 아는 버전은 더 화려합니다. 476년에 로마가 불타고, 나라가 그날로 끝났다는 거죠. 성벽이 무너지고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며, 서로마라는 이름이 재 속에 묻힌다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거든요. 큰 해가 붙으면 큰 불이 따라온다고 느끼기 쉽고, 그 느낌이 로마 시를 그날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립니다. 불꽃이 먼저 떠오를수록 빈 자리는 뒤로 밀리고, 밀린 자리가 바로 이 편이 붙잡는 장면이에요.무대는 로마 시가 아니라 라벤나그런데 기록이 가리키는 무대는 불탄 거리가 아니라 라벤나의 빈 자리예요. ..
원로원에서 이름이 바뀌는 아침으로 흔히 읽히는 날이 있어요. 주인공은 옥타비아누스, 나중에 우리가 아우구스투스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왕관을 씌우는 날이 아니거든요. 권력을 돌려준다고 그날 회의록에 적어 둔 아침이 아니에요. 그날의 입이 녹음처럼 남아 있는 건 아니거든요.사람들이 흔히 아는 버전은 이렇습니다. 그날 황제를 선포했고, 공화정은 끝났다. 영화 엔딩처럼 깔끔하죠. 그런데 그 그림이 너무 깔끔해서, 정작 그날 무슨 일이 남았는지를 가려 버려요. “황제가 된 날”로만 읽으면, 공화정 간판이 다시 걸린 장면을 놓칩니다.그날 왕이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왕, 즉 렉스라는 칭호는 그날 공식으로 붙지 않습니다. 남는 이름은 아우구스투스이고, 읽는 쪽에서는 프린켑스, 쉽게 말해 첫째 시민으로 읽혀요. 회사로 ..
작은 강 앞에 병력이 서 있다고, 나중에 글을 쓴 사람들이 적는다. 그 아침을 눈으로 적어 둔 사람은 없고, 우리가 읽는 이 강은 뒤에 다시 적힌 기록과 이야기다. 먼저 서는 것은 물가의 병력이고, 로마의 성벽은 아직 그 아침을 모른다.카이사르가 그 물줄기 앞에 선다. 루비콘은 큰 강이 아니라 속주와 이탈리아를 가르는 작은 경계 물줄기다. 땅을 파서 자리가 확정된 강이 아니라, 나중에 그 경계를 그렇게 부른 이름이다. 강을 넘는 순간 황제가 되고 공화정이 끝났다고 읽기 쉽지만, 그 유혹은 작은 물줄기만 보고 로마까지의 거리를 잊어버리는 일이다. 이름만 크다고 해서 그 아침이 나라의 끝으로 바뀌지는 않는다.경계를 병력과 넘기면 황제가 되나?속주에서 군대를 움직일 수 있던 자리와, 이탈리아 안에서 군대를 움..
아프리카 들판이 하루를 닫는다고, 나중에 글을 쓴 사람들이 적는다. 그 흙 위에 선 사람이 그날의 일기를 남긴 적은 없고, 우리가 읽는 이 아침은 뒤에 다시 적힌 전쟁 이야기라서, 먼저 닫히는 것은 들이고 성벽은 아직 그 불을 받지 않은 채로 서 있다. 발밑의 흙이 먼저 끝나고, 돌로 된 도시는 그 끝을 모르는 채로 남는다.나중에 글을 쓴 사람들이 그 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긴다. 아프리카의 넓은 흙, 그 위에 선 한니발. 들이 닫혀도 멀리 있는 도시는 그 닫힘을 따라 타지 않고, 이긴 발과 진 발이 같은 흙을 디딘 하루가 된다. 닫히는 것은 들의 하루이고 열리는 것은 도시의 불이 아니라서, 이 한 장은 불탄 아침이 아니라 흙이 끝난 아침이다. 한니발은 그 흙의 한가운데에 있고 타지 않은 성벽은 그 장..
들판이 오므라들었다고, 후대가 적는다. 그날 그 흙 위에 선 사람이 일기를 남긴 적은 없고, 우리가 읽는 이 아침은 훨씬 뒤에 다시 적힌 전쟁사와 전승이다. 로마 성문이 먼저 열린 것이 아니라 들판이 먼저 닫힌 것이고, 로마까지는 아직 멀어서, 닫힌 것은 들이고 문이 열린 그림은 아직 없다.후대가 그 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긴다. 한가운데가 밀리고 양옆이 안쪽으로 들어와, 넓던 들이 주머니처럼 오므라든다. 한니발은 여기서 이기되 이긴 발은 돌담이 아니라 흙 위에 있어, 들판의 이김과 로마의 문이 같은 상이 되지 않는다. 칸나이 들에서 고개를 들어도 로마 성벽은 보이지 않고, 이긴 날이 나라가 끝난 날처럼 읽히는 것은 들이 얼마나 크게 닫혔는지만 보고 로마까지 남은 길을 잊는 일이다.이긴 들이 성문을 열..
능선 아래 평야가 보인다고, 후대가 적는다. 그 능선에 선 사람이 그날의 일기를 남긴 적은 없고, 우리가 읽는 이 산길은 뒤에 다시 적힌 전쟁사와 전승이다.후대가 그 능선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긴다. 눈 위의 능선, 그 아래 평야. 한니발이 로마가 바다 쪽으로 닫혀 있다고 본 북쪽을, 산으로 연다. 해안을 두드리는 배가 아니라 눈이 쌓인 등성이가 먼저 열리고, 닫힌 문을 육로로 밀고 들어오는 자리가 되어, 그 한 장에서 한니발은 평야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선다.그 산길은 그날의 일기인가?알프스를 넘었다는 통과는 고대 전쟁사로 다뤄지고, 폴리비오스 3권과 리비우스 21권이 그 전쟁을 현전으로 남긴다. 소년이 맹세했다는 본과 식초로 바위를 깼다는 본, 고개 이름을 확정하는 본은 전승이다. 기원전 218년의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