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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타민
교황의 돈을 맡던 은행가가, 왜 교황 대신 남의 성에 갇히러 갔을까요? 1526년 가을 로마, 둥근 산탄젤로 성 안쪽 방에서 메디치 집안의 교황이 한 사내를 불러 황제 쪽과 맺은 약정을 꺼내 놓습니다. 사내는 잠깐 듣더니 「가겠다」고 답해요. 이 사람이 필리포 스트로치, 피렌체의 은행가예요.이 장면은 제가 그려 본 모습이에요. 방 모양, 곁에 선 사람 수, 두 사람의 말투와 표정은 제가 채운 거고요. 교황이 그를 불러 약정을 알렸고 그가 가겠다고 했다는 줄기만 그의 형이 남긴 글에서 왔습니다.제 그림 속 교황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요. 은행가도 되묻지 않고요. 손을 모은 채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들죠. 그 짧은 틈에 무슨 계산을 했는지는 저도 몰라요. 그래서 거기엔 아무것도 적지 않을게요.여기..
11월 첫 주말에 동해 바다를 보러 울진까지 가실 생각이면, 2026 죽변항 수산물축제는 11월 6일 금요일부터 8일 일요일까지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일원(죽변항길 150)에서 열립니다. 입장료는 없고, 수산물을 사거나 먹거리를 이용하는 비용만 따로 듭니다. 사흘 내내 같은 행사가 반복되는 축제가 아니라 날마다 무대가 달라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따라 가실 날이 갈립니다.박서진 공연은 몇 시에 볼 수 있나요?박서진, 박현빈, 박주희가 나오는 개막 축하공연은 둘째 날인 7일 토요일에 있습니다. 울진군이 올린 시간표로는 오후 5시 어선 퍼레이드, 5시 30분 개막식과 불꽃놀이가 먼저 이어지고, 오후 6시 30분 박주희, 7시 박현빈, 7시 30분 박서진 순서로 무대에 오릅니다. 첫날 6일에는 오후 7시 3..
중세 도시의 시의회는 회의 때 무슨 이야기를 적었을까요? 1347년 11월, 이탈리아 우디네의 시청 방에서 공증인 서기가 종이 장부를 펴고 펜을 들어요. 방금 올라온 건은 선술집에서 벌어진 싸움이에요. 지난 편 끝에 예고한 우디네예요. 여행 안내가 아니라 14세기 시의회 장부 이야기예요.장면부터 조금 더 그려 볼게요. 촛불이 책상 한쪽을 비추고, 서기는 라틴어로 한 줄씩 적어 내려가요.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 서기가 어떤 얼굴이었는지, 방이 얼마나 넓었는지는 제가 그려 본 거예요. 그날 바깥 날씨나 방 안에서 오간 말도 마찬가지고요.서기 손이 잠깐 멈추는 순간도 상상해 봤어요. 싸움 건을 적고 나면 같은 장에 또 다른 건이 이어지고,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그 종이들이 한 묶음이 되겠죠. 이것도 그려 본..
11월 첫 주말에 사과와 시래기를 사러 양구까지 가실 생각이면, 2026 청춘양구 펀치볼 사과시래기축제는 11월 6일 금요일부터 8일 일요일까지 해안면 펀치볼 힐링하우스 앞 성황지에서 열립니다. 입장료는 없고, 올해는 어느 판매 부스에서 사도 값이 같아서 가격을 비교하며 돌아다닐 일이 줄었습니다.사과와 시래기는 얼마에 살 수 있나요?양구군은 지난해까지 농가마다 달랐던 판매가를 올해 하나로 맞추고 시중가보다 낮게 정했습니다. 사과는 시중보다 1만~2만 원가량 싸고, 시래기는 1kg에 1만 8천 원으로 시중가보다 2천 원 낮습니다. 값이 같으니 맛을 보고 마음에 드는 부스에서 사시면 되고, 축제장 부스에서 2만 원 이상 쓰셨다면 영수증을 종합안내소에 보여 주고 기념품(때밀이 장갑)을 받을 수 있습니다.몇 시..
반역자로 찍힌 사람에게 공화국은 무엇부터 했을까요? 1529년 가을 피렌체, 주인이 비운 돌집 앞에 누군가 서서 벽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길게 줄을 긋고 있어요. 이 집 주인은 바초 발로리예요. 메디치 가문과 가까운 쪽에 섰던 피렌체 사람이죠.이름부터 한 줄 풀고 갈게요. 「바초」는 바르톨로메오를 줄여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러니 이 글에서 바초라고 하면 바르톨로메오 발로리를 가리킨다고 보시면 돼요.그 장면을 조금 더 들여다볼게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그려 본 모습이에요. 줄은 창문 한가운데를 가르고 길바닥 가까이까지 내려와요. 비바람에 빛이 바랜 돌벽 위에서 새로 생긴 줄만 유난히 선명하죠.길 건너 집 창가에는 한 젊은이가 서 있어요. 창틀에 손을 올리고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만히 내려다봐요. 몇 사람이..
박물관 유리장 속 돌 조각, 어느 땅에서 나왔는지는 누가 적어 뒀을까요? 지난 편 끝에 예고한 이탈리아 아퀼레이아에서 이 질문 하나를 따라가 볼게요. 여행 안내는 아니고, 한 박물관에 들어온 기증 목록 이야기예요.1887년 4월 8일, 아퀼레이아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 볼게요. 이날 에우제니오 리터가 집안 수집품 대부분을 국가에 기증했어요. 리터 집안은 아퀼레이아에 땅을 가지고 있던 집안이에요.제 머릿속에서는 이런 장면이에요. 마차에서 내린 나무 상자들이 박물관 방 한쪽에 줄지어 서 있어요. 뚜껑이 열릴 때마다 돌 조각과 손바닥만 한 청동이 하나둘 탁자로 옮겨지죠. 한쪽에서는 누군가 장부를 펴 놓고 펜에 잉크를 찍어요.상자 냄새, 바닥에 깔린 짚, 펜을 든 사람의 얼굴은 제가 그려 본 거예요. 그날 정말 ..
11월 첫 주말에 와인 시음을 하러 대전에 가실 생각이면, 대전국제와인엑스포 2026은 11월 6일 금요일부터 8일 일요일까지 사흘간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열립니다.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유료 행사라서, 표를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를 두고도 내는 돈이 달라집니다.대전국제와인엑스포 입장권은 얼마이고 어디서 사나요?정가는 1일권 23,000원, 2일권 43,000원, 3일권 57,000원입니다. 7월 7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린 1차 사전예매(1일권 16,000원)는 이미 끝났고, 지금은 11월 5일까지 NOL 티켓에서 2차 사전예매가 진행되는데 1일권 18,000원, 2일권 33,000원, 3일권 40,000원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하루만 가셔도 현장 구매보다 ..
메디치가 다시 피렌체로 돌아오던 때의 협정, 누구 손을 거쳤을까요? 오늘은 그 질문 하나로 메디치 가문 이야기를 이어 갈게요.1530년 8월, 피렌체 시뇨리아 궁의 방 한 곳이에요. 시뇨리아 궁은 도시를 맡은 관리들이 모이던 건물이죠. 책상 위에 항복 협정 문서가 놓여 있고, 그 앞에 서기 두 사람이 있어요.한 사람은 살베스트로 알도브란디니, 앞 이야기 끝에 이름을 적어 둔 사람이에요. 이탈리아어 글에서는 실베스트로로도 적혀요. 다른 한 사람은 그를 돕던 보조 서기 니콜로 넬리예요.조금 떨어진 곳에는 야코포 나르디가 서 있어요. 나르디가 그 방에 있었다는 건 나르디가 쓴 글에 따른 거예요. 방의 빛, 종이가 놓인 각도, 세 사람이 어디에 섰는지는 제가 그려 본 장면이에요.니콜로 넬리가 종이 묶음을 가지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