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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에 도달하기까지의 사회생활과 은퇴 후 8개월

violet520 2021. 8. 4. 15:55

전과 후

지난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제 은퇴한지 8개월차에 접어든 40대 초반 초보 은퇴자입니다. 오늘은 은퇴 전 사회생활과 8개월차에 접어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 똑같겠지만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으로 안좋았던 단면들 위주로 적어보겠습니다.

은퇴 전

2006년 후반 첫 사회생활을 시작으로 2021년 1월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기 까지 14년간의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대략 10곳의 회사를 다닌거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1년 마다 회사를 옮겨다닌것 처럼 보이겠지만 14년간의 사회생활 중, 세 곳의 회사에서의 시간이 11년 정도가 되고 나머지 회사가 4년간 다닌 회사네요. 대기업에서부터 글로벌 1위 게임업체 스타트업 창업멤버까지 참 많은 곳들에 면접을 치렀고 합격하고 또 스스로 나왔습니다.

첫 IT회사에서는 5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때가 제 사회생활 만족감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똑똑함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모르는것들에 대해 남들보다 2배 3배의 시간을 투영시켜 익히고 또 익히고 서비스를 런칭하고... 정말 일에 몰두하고 또 몰두했던 시기였죠. 그렇게 4년정도 흘러 실력도 많이 늘어났을때 쯤 조직이라는 곳과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늘어난 실력만큼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게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생리를 어설프게 깨닫게 됩니다. 조직이란 학벌과 인맥으로 점철되어진 컨트롤 집단에서 이 친구가 허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노예처럼 일을 시키는 것에 굉장히 능통하다는것을요. 지금에는 조직의 입장도 생각할 수 있는 시야를 가졌지만 그때는 아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들이 훨씬 더 컸던 시기였죠.

혹시, 대기업은 다를까?
그렇게 첫 회사를 퇴사하고 운 좋게 대기업에 입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반 년 만에 퇴사를 했습니다. 그 숨막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 가족(?)같은 분위기를... IT기업에서 나름의 자유로움이 있었는데 제가 이직했던 대기업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불편한 그런게 있었습니다. 적응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지내보아도 도무지 좋아지지 않던 그 답답하고 불편함... 그래서 그 당시에 몇 몇 친구들을 대기업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서류상 안된다고 하는것도 일하는데 서류는 필요없다 일에 대한 능력이 좋은 친구들이라고 설득해가면서 데려온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을 두고 먼저 나오게 되었죠. 그 친구들은 나와는 다르게 대기업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에..

혹시, N사는 다를까?
그렇게 대기업을 퇴사하고, 당시 국내에 4N이라고 불리던 N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N사의 첫 모습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탁구를 치고, 사내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누는 그 모습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회사는 처음이었거든요.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오전에는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습니다. 항상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공부하고 익히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모습들에 적응하는데는 1년 정도 걸렸던거 같습니다. 저는 끝끝내 그렇게 생활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래도 그 많은 돈을 벌고,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것에 조직이라는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회사였죠.
놀 때 놀고 일 할 때 일하면 이렇게도 회사가 운영되는 것인가? 하면서 다니는 동안에 많이 들여다봤지만 결론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벌이 눈에 보이고, 학벌로 똘똘 뭉치는 사람들이 보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일이 빈번한 그런 곳이란걸 알게 되었죠. C레벨들의 공정한 인사가 아닌 내 사람 챙기기가 가장 극심한 그런 곳.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놀고 먹는 월급루팡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 거였습니다. 물론, 아닌 케이스들도 있긴하겠습니다만, 정치력과 알력으로 이루어지는 파벌들이 가장 큰 파이를 독식하는 회사가 바로 국내 대기업 IT 회사들입니다.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필히 줄을 잘 서야 하죠. 모든 회사들이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저하고는 결이 달랐던...

혹시, 외국계는 다를까?
딱 1일을 다닌 글로벌 No.1 외국계 게임회사가 있습니다. 들어가기 위해서 2달간의 면접을 보고 들어갔지만, 하루만에 퇴사를 통보했죠. 제가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한달에 일주일 이상을 산타모니카에 가야 한다는걸 출근을 하고 알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둘째가 태어난 시점이라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그들이 만든 게임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였습니다. 정말 그들은 게임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난 그렇게까지 이 게임을 사랑하지 않는데... 왠지 모를 누를 끼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그들은 회사 업무를 마친 후에도 항상 다 같이 남아서 게임을 2시간 정도 한다고 했습니다. 첫번째와 같은 이유로 저는 그럴수가 없어서 출근 하루만에 퇴사를 통보했었죠. 이 회사가 유일하게 제 사회생활중에 약간의 후회가 남는 부분입니다. 생각을 달리하고 좀 다녀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렇게 오래 다닌 회사 3군데와 나머지는 곳들은 하루만에 혹은 몇 달 안되어서 스스로 나온 곳들입니다.

여기까지 다니고 나니, 내가 회사를 다니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회사를 다니는 타이틀을 중요하게 여긴적도 없고, 당시에는 회사를 다니는 목적이 좀 더 큰 돈에 있었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추구했었지만, 그 안에서도 나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넘지 못할 벽들이 있다는 것들을 깨닫고 나서는 창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만 속내를 숨기고 조금만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빠르게 은퇴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의 눈에 들기 위해 마음에 없는 이야기 좋게 돌려 이야기 하는 능력도 부족한지라 어느순간엔 항상 부딪힘이 있더군요.

무튼, 이후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2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을 맛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성공이란 경제적인 성공을 말합니다.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이야기를 한겁니다. 적지만 벌긴 벌었기 때문이죠. 흔히들 말하는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면 수백억 자산가가 되는 그런 성공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한 번의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작은 경제적 성공들을 이루면서 은퇴를 했습니다.

창업의 시작은 설렘과 행복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린시절 혼자였던 고통이 더 아무렇지 않았던것이었구나라고 할 만큼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어려웠죠. 정말 창업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다 겪었습니다. 내 잘못과 주변의 잘못들을 슬기롭게 반성하고 회복하고 재생시키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 오기도 하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지만 아 나는 뭔가 회사라는 조직체계에는 잘 안맞는 사람이구나... 이쯤되면 회사들이 아니라 내가 이상한 걸 수도 있다. 나에게 주어지는 이익이나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기보다 안좋은 면들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점점 더 은퇴에 대한 갈망은 더 깊어지고... 좋은 면들도 있는데 왜 그런 면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지 저도 모를 일입니다. ㅋㅋ 그래서 결국은 한번은 회사를 떠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지기 시작했죠.

위의 과정들은 굉장히 압축되어 적혀 있고, 사회생활의 부정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과정속에서의 성취감, 사람들과의 관계들에서 즐거움과 행복감도 충분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항상 기회만 되면 은퇴를 꿈꿔왔었고, 결국 은퇴를 했네요.

은퇴 후

은퇴 전 14년의 시간을 일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22년치 이상의 시간을 썼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부족하면 몸이 고생이라는걸 몸소 실천하면서 하루에 16시간이상씩은 일을 한 것 같네요. 지나고나서 드는 생각은 운도 운이지만 14년이라는 시간동안 22년치 이상의 일을 하다보니 당연히 그 이상의 돈이 모였다라고 할까요?

일이 있으면 항상 그 일을 마무리 짓기 전엔 다른것들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이들도 태어났고 나름 신경쓴다고 썼지만 모든 상황에 자진해서 일을 우선시하고 짧은 시간에 달성하려고 해써왔죠. 그런 성향은 스타트업에서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이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긴 했지만, 그 외의 많은것들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조바심과 상대방이 나만큼 일을 하지 않는다는것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인간관계... 내가 받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았을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많은 상황들...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은퇴에 대한 갈망은 더 심해졌고 앞으로는 일을 하게 되면 가족회사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들도 갖게 되었죠.

그렇게 은퇴 후,
1년간은 앞으로 남겨진 인생을 어떤 시간으로 꾸며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현금흐름 창출에 1년을 소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직 4개월이 남았네요. 할머니 병간호로 반년이 흘렀지만 짬짬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시켜줄 패시브인컴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은퇴는 했는데 어찌된게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가고 있기도 하죠. 그런 와중에도 가끔씩 너 요즘 쉰다며 나랑 일 좀 하자 라는 연락이 가끔 올 때마다 괜찮은 아이템인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미안하지만 난 지금 제 2의 인생을 기획중이라 힘들 것 같아. 라며 거부도 하고 있구요. 돈 좀 더 벌자는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기존과 같은 방식의 사회생활은 남아있는 내 젊음을 좀먹을거 같기도 하고요~

이제 10월에는 와이프가 꿈꾸던 집으로 이사를 해야하고, 10월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후덕하게 모아둔 뱃살을 병원에서 알려준 적정 몸무게로 수렴시키는 일도 해야 합니다. 또한, 나름의 공부를 통해 만들어낸 패시브인컴을 더욱 더 불려나가야죠. 회사다닐때 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월 300의 현금흐름이 생기고 나니 새로운 도전정신이 생깁니다. 신입의 마음이랄까요? 첨에는 월 300만 만들어도 이게 어디야 라고 생각했던것들이 이제는 600도 만들어 볼 수 있겠는데? 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평범하던 많은것들이 새로워지는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이 기분도 언젠간 다시 평범함으로 물들겠지만...

아직까진 은퇴생활의 이렇다할 루틴은 존재하지 않지만 항상 이른기상과 함께 경제 공부, 독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구상과 도전, 아이들의 기사 노릇, 여행등을 열심히 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루가 너무 금방 금방 갑니다.

역시 사람은 안주하면 안되는거 같아요. 행동하고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그 자리에 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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