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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여행

다시 또 제주 - 섭지코지에서의 3일

violet520 2021. 1. 18. 10:56

제주

6년 전, 몇 개월 간의 샌프란시스코 생활을 마치고 귀국 후, 한국에서 나만 기다리던 와이프에게 

 

"우리 제주에서 잠시 살다 올까?"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제주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5개월 제주생활을 하며 하루도 설레지 않은 날이 없었다. 빛담! 제주 표선에 마련한 귤나무 밭에 쌓여있는 시원한 통나무집 빛담을 시작으로 하루하루가 신나는 일상이었다. 백약이오름에 오르며 알아보지도 못하는 약초를 찾아다니다 뱀을 만나기도 하고, 귤나무 밭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산딸기를 따다 맛난 산딸기 쨈도 만들고, 조개를 캐겠다고 호미와 바가지!를 무장하고 도착한 성산 앞 오조리는 물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첫날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다음 날 부터 매일매일 물때표를 봐가며 온가족이 즐기던 해루질, 그렇게 바위 밑에서 만난... 우리에게는 유레카를 외치게 했던 운이 나빴던 낙지, 어린시절 별 의미 없이 따라 부르던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라는 가사의 탄생비화를 알게 해준 제주도. 표선 통나무집 새벽에 그렇게 신나게 울어대던 참개구리 가족들과 그에 장단맞춰 중간에 한번씩 '꾸웨웩' 대던 한 마리의 두꺼비를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그리고 6년 전 우리와 함께 제주행 배에 실어 보낸 i30 그리고 이틀 후, 우리차를 안전히 싣고 왔던 세월호의 참사 소식에 제주 바다를 보면서 눈을 돌리던 와이프의 모습. 이 모든게 바로 어제 일처럼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는 생생하다.

 

아이들이 6살, 4살이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제주의 생활이 그 녀석들에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보다 아이들이 제주도를 더 좋아한다. 

 

우리는 그런 연유로 일년에 제주를 2~3회를 다녔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제주를 만나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와이프의 긴 칩거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2021년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한 나를 위해.. 그리고 우연한 행운으로 4일간 제주를 다녀왔다. 수 많은 마스크, 손세정와 함께 ~ 

행운의 휘닉스리조트

얼마 전, 아스타투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하나 남긴적이 있다. 바로 이 업체를 알게 된 것이 제주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첨엔 의심반으로 신청을 했고, 와이프한테 이게 정말 예약이 된다면 오름을 비롯한 제주 야외투어를 하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예약이 덜컥...

 

블록체인 여행플랫폼 - 아스타투어

아스타투어? 상장회사 아스타(바이오/IT)와는 연관이 없는 회사입니다. 저도 어제 처음 알게 된 회사인데 비교적 최근에 코인원에 상장을 한 ASTA라는 코인을 갖고 있는 여행 플랫폼 업체입니다. A

maslve.tistory.com

34평 오션뷰 룸을 3박에 3만원으로 예약을 했다. 안 갈 수가 있나. 2021년은 우리 가족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해이고 그에따른 걱정과 두려움, 약간의 찝찝함들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자 제주 야외투어를 위한 비행기를 탔다.

 

섭지코지휘닉스는 성산근처에 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걸 배제했기 때문에 섭지코지 근처(함덕까지)에서만 3일을 보냈다. 나름 연식이 있는 리조트였는데 취사가 불가능한 블루동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통해서 매우 깔끔해졌다. 

휘닉스 섭지코지의 뒤 언덕

제주 동쪽끝에 위치한 휘닉스리조트 블루동 오션뷰는 괌의 어떤 호텔에 와있는 듯한 착각도 준다. 휘닉스 섭지코지 뒷편에는 섭지코지와 이어지는 드넓은 공터가 있다. 유민미술관을 비롯해서 모들카페 등과 드넓은 땅에 성산이 보이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풍광은 정말 가슴을 뻥 뚫어준다

 

모들 카페

아무리 답답한 일이 있더라도 이 풍광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시원한 뷰가 휘닉스섭지코지 바로 뒤에 있다는걸 이번에 첨 알았다. 전망대에 올라서 주변을 셀프 파노라마로 보고 있으면 정말 정말 가슴이 뻥 뚫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망대 내려가는 길

전망대는 오를 때 보다 훨씬 가파른 기울기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스스로 사회생활의 정점에서 내려와 새로운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주는 기울기였다. ㅋㅋㅋ 

 

도전엔 항상 두려움과 걱정이 가장 크게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지켜야 할 것이 없었을 때는 뭐든지 다 해보기 바빴는데,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질 수록 결정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시작하고 보면 별 것 아닌것들임이 분명할텐데 당장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클수록 내려놓기 힘들다. 더 살만해졌음에도 더 많은것을 가졌음에도 행동반경은 훨씬 줄어든다. 돈으로 행복을 가질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이 이 마음에 있는 것 같다. 

 

아르누보 작품이 전시된 유민미술관

코로나로 인해 폐쇄된 공간에는 들어가지 말자 결정하고 온 곳이기에 미술관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건물의 모습만으로도 예술 작품을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함덕해수욕장

카페 델문도가 그림처럼 자리잡은 함덕해수욕장도 잠시 들러서 남아있는 걱정들까지 탈탈 털어버리고 왔다.

 

제주는 연 중 흐린날이 훨씬 많아서 맑은날을 만나기가 힘든데 이번 3박 4일간의 여행내내 따뜻하고 맑은 날씨까지 이어져 더할나위 없는 여행이었다. 2021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두려움, 걱정들 다 떨쳐버리고 다 잘될거라는 믿음만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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