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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3년

violet520 2024. 4. 27. 14:25

웰빙타운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은 웰빙타운.

5년 전, 우연히 알게 된 동네로 

 

처음 동네를 구경한 날은

가을이었고, 웰빙타운 곳곳을 흐르는 여천과 

그 주위를 휘날리던 단풍의 조화에 눈이 멀었었다.

그렇게 정말 한적하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각인이 되어

조금 무리였지만 주택 매매까지 감행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초기 2년은 전세를 주고,

후에 이사와서 3년이 넘어간다.

 

북적대는 곳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는
동네의 고즈넉함과 20평이 넘는 테라스.

테라스에서 키워먹는 여러 채소들 

생전 처음 설치해보는 가제보,

동네엔 제주도의 비자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축소판 같은 숲길도 있고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비가오는 날이면 

어닝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도 좋았고 

다음 날, 비온 뒤 물을 한껏 머금고 자라버린 식물들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그저 신기하게 "어쩜 이래"를 연발했고,

산자락 밑 비온 뒤의 상쾌한 공기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하루하루 신기했던 일상들도 익숙해지고

공간이 주는 고마움 감사함도 많이 사라졌지만

처음의 그 행복한 느낌과 과정의 설레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 북적거리는 판교로 갔다가

퇴근 시간 웰빙타운 마을 입구를 들어설 때의 그 포근한 느낌.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곳들이 수도권에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가 없는 이 곳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학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동네를 떠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많이들 아쉬워한다. 

 

우리 역시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동네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내는 동안 동네의 고즈넉함과 

푸르른 분위기와 여천의 가재들을 보는 시간에 

감사하면서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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